캘리포니아 텍사스 어디서 은퇴해야 할까? (재산세, 상속세, 401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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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로 만든 이미지 입니다. |
캘리포니아가 은퇴자에게 불리한 주라고 생각하셨습니까? 저도 오랫동안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숫자를 파고 들어보니 생각이 180도 달라지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이미 집을 오래 보유한 은퇴자라면, 막연한 세금 공포 때문에 이사를 서두르는 것이 오히려 엄청난 혜택을 포기하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재산세를 사실상 묶어두는 Prop 13의 힘
캘리포니아 하면 비싼 집값, 비싼 세금이라는 이미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집을 오래 전에 사서 지금도 그 자리에 살고 있는 분들에게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프로포지션 13(Proposition 13)이란 1978년에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직접 투표로 통과시킨 재산세 제한 법안으로, 재산세의 과세 기준이 되는 평가액(Assessed Value)을 매년 최대 2%까지만 올릴 수 있도록 묶어둔 제도입니다. 쉽게 말해 집값이 10년 새 두 배가 됐어도, 재산세는 그 집을 처음 살 때 기준에서 연 2%씩만 오른 금액으로 내면 된다는 뜻입니다.
제가 직접 주변 사례들을 살펴봤는데, 30년 전에 캘리포니아에서 집을 산 분들의 실제 재산세가 현재 시세의 0.3~0.5% 수준에 머무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명목 재산세율이 1%대라고 해도 과세 기준 자체가 현재 시세의 절반도 안 되는 경우가 많으니, 실효 세율은 그보다 훨씬 낮아지는 것입니다.
텍사스와 비교할 때 "텍사스 재산세율이 2~3%라서 불리하다"고 말하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이 부분은 좀 다르게 봅니다. 텍사스는 집값 자체가 캘리포니아보다 훨씬 낮은 경우가 많고, 텍사스 역시 시니어 거주자에게 과세 평가액을 동결(Freeze)해주거나 높은 공제액(Homestead Exemption)을 제공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단순히 세율 숫자만 비교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비슷한 집을 기준으로 실제 납부 세액이 얼마냐를 따져야 의미 있는 비교가 됩니다.
2021년에 시행된 프로포지션 19(Proposition 19)는 여기에 하나를 더 얹었습니다. 55세 이상 은퇴자가 기존 주택을 팔고 새 집으로 이사할 때, 지금까지 쌓아온 낮은 과세 평가액을 그대로 새 집으로 옮길 수 있게 해준 제도입니다. 캘리포니아 내에서 2년 이내에 새 집을 구매하면 되고, 평생 세 번까지 사용 가능합니다. 이전에는 같은 카운티 안에서만 적용됐지만 지금은 캘리포니아 주 전체로 확대됐습니다. 더 비싼 집으로 이사하더라도 차액만 기존 평가액에 얹히는 구조이니, 다운 사이징을 고민하는 은퇴자에게는 특히 실질적인 혜택입니다.
상속세 0%에 숨어있는 스텝업의 진짜 가치
캘리포니아는 주 상속세(State Estate Tax)가 없습니다. 미국 전체 50개 주 중에서 17개 주가 아직 주 차원의 상속세 또는 유산세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출처: Tax Foundation), 이것 만으로도 적지 않은 혜택입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묵직한 혜택이 따로 있습니다.
바로 스텝업 인 베이시스(Step-Up in Basis)입니다. 베이시스란 자산을 처음 취득했을 때의 원가, 즉 양도소득세를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취득가액을 뜻합니다. 스텝업이란 자산 보유자가 사망하면 그 취득가액이 사망 당시의 시가로 자동으로 리셋 된다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20년 전에 20만 달러에 산 집이 지금 100만 달러가 됐다면, 상속 받은 자녀는 80만 달러의 차익에 대한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상속 시점의 100만 달러가 새로운 취득가액이 되기 때문입니다.
캘리포니아는 커뮤니티 프로퍼티 스테이트(Community Property State), 즉 부부 공동재산주입니다. 부부 공동재산주란 결혼 기간 중에 형성한 자산을 법적으로 부부가 각각 50%씩 소유한 것으로 보는 주를 말합니다. 이 제도 덕분에 배우자 중 한 명이 사망하면, 해당 자산의 절반이 아니라 100% 전부에 대해 스텝업이 적용됩니다. 일반 주에서는 사망한 배우자의 지분 50%에만 스텝업이 적용되는 것과 비교하면 절세 효과가 두 배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텍사스 역시 커뮤니티 프로퍼티 스테이트이고 주 상속세가 0%입니다. 이 측면만 보면 텍사스도 캘리포니아와 동일한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 점은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속세와 스텝업 혜택이 캘리포니아만의 특별한 강점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습니다.
401k 인출과 소득세, 캘리포니아가 유리하다고만 볼 수 없는 이유
캘리포니아는 소셜 시큐리티 베네핏(Social Security Benefit), 즉 연방 사회보장 연금에 주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습니다. 이건 확실한 혜택입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의 주 소득세는 누진세 구조여서, 과세 소득이 낮으면 낮은 세율이 적용됩니다. 은퇴 후 소득이 줄었다면 이 점은 실제로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 부분은 좀 다르게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셜 시큐리티 외에 401(k)나 IRA(개인 은퇴 계좌)에서 인출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캘리포니아의 최고 주 소득세율은 13.3%로 미국 50개 주 중 가장 높습니다. 은퇴 후 의무 인출인 RMD(Required Minimum Distribution, 세금 혜택을 받으며 적립한 은퇴 계좌에서 일정 나이 이후 의무적으로 인출해야 하는 최소 금액)가 늘어날수록 이 세율이 점점 현실로 다가옵니다.
반면 텍사스는 주 소득세 자체가 0%입니다. 401(k)에서 얼마를 꺼내든, IRA에서 얼마를 인출하든 텍사스 주 정부에 내는 세금은 없습니다. 은퇴 후 현금 흐름을 극대화해야 하는 분들, 특히 401(k)가 주된 자산인 경우라면 이 차이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이 부분만큼은 캘리포니아가 텍사스보다 유리하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캘리포니아와 텍사스를 세금 측면에서 비교할 때 빠지지 않는 항목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소셜 시큐리티 과세: 캘리포니아 주세 없음 / 텍사스 주세 없음 (동일)
- 401(k) 및 IRA 인출 시 주 소득세: 캘리포니아 최고 13.3% / 텍사스 0%
- 재산세: 캘리포니아 Prop 13으로 사실상 고정 / 텍사스 시니어 동결·공제 제도 존재
- 주 상속세: 캘리포니아 없음 / 텍사스 없음 (동일)
- 커뮤니티 프로퍼티(배우자 스텝업 100%): 캘리포니아 해당 / 텍사스 해당 (동일)
이 표를 보면 은퇴 후 수입 구조에 따라 유리한 주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소셜 시큐리티 위주로 생활하면서 Prop 13 덕분에 재산세를 거의 안 내는 분이라면 캘리포니아가 충분히 유리합니다. 반면 401(k)에서 꾸준히 목돈을 꺼내 써야 하는 분이라면 텍사스 쪽을 진지하게 검토할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세금 못지않게, 가스비·식료품비·의료비 같은 일상 생활 물가도 꼭 함께 따져봐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은퇴자에게는 세금 차이보다 생활 물가 차이가 더 체감되는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
메디칼과 리빙 트러스트, 은퇴 준비의 마지막 퍼즐
은퇴 계획에서 의외로 간과되는 부분이 바로 장기 요양 비용입니다. 미국에서 요양원(Nursing Home)이나 재가 요양 서비스 비용은 연간 수만 달러에서 수십만 달러에 이릅니다. 개인 자산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제도가 메디케이드(Medicaid)인데, 캘리포니아에서는 이를 메디칼(Medi-Cal)이라고 부릅니다. 메디케이드란 저소득·저자산 노인의 의료 및 요양 비용을 주 정부와 연방 정부가 공동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캘리포니아의 메디칼은 미국에서 가장 관대한 축에 속합니다. 대부분의 주에서 메디케이드 자격을 얻으려면 자산이 2,000달러 이하여야 하는데, 캘리포니아는 이 자산 기준이 10만 달러 이상으로 훨씬 높습니다. 이 기준은 캘리포니아 주 정부의 정책 변경에 따라 계속 완화되고 있습니다(출처: California DHCS).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세무·법률 조언이 아닙니다. 개인 상황에 맞는 구체적인 계획은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